[기고] 고 양석규 장로를 보내며
젊은 시절엔 그렇게 기다려지던 전화가 나이가 들다 보니 이제는 가슴이 철렁하는 도구로 변했다. 지난주에도 전화기를 열어보니 발신자 이름이 없는 전화번호가 또 있었다. 평소에는 모르는 번호는 그냥 무시했는데 그날은 어쩐지 답신 전화를 해야 할 것 같아 걸어보니 교회 권사님이셨다. 권사님은 대뜸 ‘양 장로님께서 오늘 낮에 갑자기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전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으로 자세히 들어보니 사모님께서 점심을 준비하고 방에 들어가 보니 조용히 누워계셨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이미 숨이 멎었더라고 한다. 양 장로님은 지난 주일에도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평소와 다름없이 점심도 드시고 성도들과 교제도 나누셨다. 그런데 갑자기…. 그러나 평안히 돌아가셨다니 한편으로 안타깝고, 다른 한편으론 ‘평안히 하늘나라에 가셨다니 얼마나 축복된 마지막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나이가 들면 치매니, 암이니, 또 고혈압, 당뇨 등 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병으로 고생 안 하고 또 남은 가족들을 고생시키지 않고 평안히 이승을 하직할 수 있으면 하고 기도하는 것이 나이 들은 우리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그러니 한편으론 양 장로님의 평안한 죽음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 장로님은 어린시절 농촌에서 힘겹게 살다가 큰 뜻을 품고 단신으로 서울에 올라와 고학으로 학업을 마치셨다 한다. 어려서부터 믿음이 좋아 학생 때부터 기독교 단체에서 활동을 많이 하셨고 사모님도 대학 기독교 동아리에서 만나 결혼했다고 말씀하시던 기억이 난다. 미국에 오셔서 마켓 등 사업으로 성공해 큰 돈을 버시고 제일 먼저 하신 일이 고향에 있는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이었다. LA한인사회에서 여러 봉사활동을 하시면서 특별히 노인대학을 운영해 시니어들의 미국 정착을 위해 애를 쓰셨다. 매년 경로잔치를 열어 노인들을 위로해 주셨던 타의 모범이 되는 지도자 중 한 분이었다. 특히 그분의 자서전 ‘돈은 좋아하지만 예수님만큼은’이라는 제목의 책을 받아보고 그분의 믿음과 삶의 깊이에 크게 감명을 받은 바 있다. 아름다운 삶을 사셨다고 칭찬하고 싶다. 지난주에 일본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격을 당해 숨진 뉴스가 나왔다. 자연스레 두 분을 비교해 보게 된다. 한 분은 좋은 믿음 가운데 세상을 잘 마치시고 평안히 하늘나라에 가셨고, 다른 한 분은 정치적으로 성공했을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원한을 샀다. 한국인들도 위안부 역사 부정, 사과와 보상 거절, 무역보복 등 좋지 않은 기억들이 떠오를 것이다. 두 분의 서로 다른 생의 삶과 생의 마지막 순간의 차이를 보면서 우리가 많은 교훈을 얻으리라 생각되어 정리해 보았다. 양 장로님! 이제 좋아하시는 예수님을 만나 평안하고 행복한 천국 생활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서영석 / 전 LA평통 회장기고 양석 장로 사모님도 대학 기독교 단체 답신 전화